배광민 · lirodek0106
REA를 보고 다시 생각한 개발자의 역할
AI가 구현의 비용을 낮추는 시대, 내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다시 생각하다.
얼마 전까지 나는 AI가 나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개발자의 역할은 코드를 작성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객의 업무를 이해하고, 자동화할 부분을 찾아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까지 개발의 일부라고 봤다.
그런데 REA(Reverse Engineer Anything)를 보고 그 확신이 흔들렸다. 기존 소프트웨어를 분석하고 비슷한 기능을 재구현하는 과정까지 AI가 돕는다면, 누군가 오랜 시간 들여 만든 결과물을 다른 사람은 훨씬 적은 비용으로 따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개발자는 자신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받을 수 있을까.
물론 REA가 모든 상용 소프트웨어의 원본 코드나 숨겨진 서버 로직을 완전히 복원한다는 뜻은 아니다. 공식 설명상 REA는 AI 에이전트에 역공학 도구를 연결해 분석과 재구성을 돕는 도구이며, 결과에는 오류와 한계가 있다. 내가 느낀 위협은 모든 것이 이미 복제 가능해졌다는 사실보다는, 구현과 재구성의 비용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왔다.
이 변화가 불합리하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러니했다. 개발자 역시 다른 사람의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도구를 만들어 왔다. 나도 그 역할에 가치를 두고 있었다. 그러던 내가 내 일의 일부가 자동화될 가능성 앞에서는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고 누군가의 노력이나 생계가 흔들리는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내가 만들던 변화에서 나 자신도 예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실제로 해 온 일
공방 예약 서비스 March Palette를 만들었던 경험을 돌아봤다. 사용자의 요구를 듣고 기능을 구현하는 것 외에도, 어떤 관리 화면이 필요할지, 예약 흐름을 어떻게 구성할지를 함께 고민했다. 사용자가 처음부터 모든 기능을 구체적인 명세로 전달한 것은 아니었다. 대시보드와 기본적인 예약 기능은 내가 필요를 해석해 설계한 부분도 있었다.
일반적인 예약과 다르게 특정 시간으로 고정해야 하는 소모임·임시 이용권도 있었다. 해당 서비스에는 별도 분기를 적용했다. 그 선택이 모든 상황에 적합한 설계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실제 업무에는 일반적인 기능 목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예외가 있고, 구현 과정에서는 그 예외를 어떻게 다룰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렇다고 이런 판단이 영원히 사람만의 영역일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고객이 자신의 업무를 잘 설명하고 AI가 적절한 해결책을 제안할 수 있다면, 개발자의 도움 없이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도 늘어날 수 있다. ‘나는 비즈니스를 이해하니까 괜찮다’는 말만으로 처음의 불안에 답하기는 어려웠다.
영역을 지키기보다 역할을 넓히기
AI로 코딩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동안, 나 역시 기획과 디자인을 직접 다루는 범위가 넓어졌다. 다른 사람이 개발자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동시에, 나도 이전에는 다른 직군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일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무엇을 개발자만의 영역으로 남겨둘 수 있을지보다, 내가 어떤 불편을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을지에 더 집중하고 싶다. 요구를 분석하는 일은 이미 해 왔지만, 이제는 그 일을 내 역할의 중심에 더 분명하게 두려 한다.
기능이 있다는 것만으로 사용자가 계속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해하기 편한 인터페이스, 필요할 때 어디서나 접속해 사용할 수 있는 경험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장점 역시 다른 사람이 따라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복제에 대한 완전한 해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더 신경 쓰고 싶은 방향은 분명해졌다.
첫 번째 사용자는 나 자신
지금 내가 가진 목표는 내 소프트웨어 사용과 니즈를 분석하고, 나를 위한 하나의 슈퍼앱을 구축하는 것이다. 아직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앞으로 해보려는 실험이다. 무엇을 한곳에 모을지부터 정하기보다, 내가 실제로 어떤 불편을 겪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부터 살펴보고 싶다.
REA를 보고 느낀 불안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개발자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노력에 대한 보상이 어떤 방식으로 달라질지도 아직 모르겠다.
다만 지금 내가 선택하려는 방향은 있다. 개발을 토대로 기획과 디자인까지 시야를 넓히고, 고객의 불편을 서비스로 풀어내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먼저 나 자신의 필요를 제대로 이해하고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하려 한다.
참고 자료
REA 공식 저장소
REA 공식 FAQ
REA 한계 및 이용 관련 안내